아이들과 매일 나누는 대화 속 주제는 친구들 이야기, 학교 수업에 관한 이야기, 요즘 인기 있는 장난감 이야기, 학교 급식 반찬에 관한 이야기 등 참 다양합니다. 매일 방과 후 나누던 대화 주제가 갑자기 끊길 때쯤 이때다 싶어 아이들에게 이번 학기에 대한 계획을 세워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5분쯤 지났을까요? 주스를 마시던 큰아이가 먼저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지난 겨울방학에 역사 공부를 열심히 했던 본인이 우리 가족에게 주말에 역사를 조금씩 가르쳐 주면 어떻겠냐고… 그렇게 저희 집의 ‘티칭데이’가 시작되었습니다. ^^
가족들이 모두 찬성하자, 5학년인 큰아이는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첫 수업을 준비하는 듯했습니다. 수업 시간, 수업 방법, 첫 시간 수업 주제 등을 모두 스스로 준비했지요. 그렇게 시작된 우리 집 티칭데이의 첫 수업 주제는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였습니다. 아직은 학교에서 역사 수업을 듣지는 않지만 한국사에 관심이 있는 큰아이는 나름 설레는 감정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가 어떻게 수업을 구성하는지 지켜 보니, 일단은 한국사 인터넷 강의의 목차를 참고해서 주제를 정하고, 인강을 들으며 정리하고 메모했던 본인의 노트를 참고해서 수업 내용을 계획한다고 하길래 칭찬해 주었습니다. 좋은 강의가 되기 위해서는 말하는 사람의 머릿속에 수업 내용이 그림처럼 그려져야 한다고 이야기해 주니, 티칭데이 전날 방문을 닫고 나름의(?) 리허설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모습이 참 대견하고 예뻐서, "교육을 듣는 사람들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주 좋은 선생님이네^^ 참 잘하고 있어"라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첫 티칭데이 날, 아이는 집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선생님처럼 판서도 해 가면서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의 생활과 주요 특징을 비교해 가면서 잘 설명해 주었습니다. 어디서 보았는지 30여분 수업을 진행하더니 10분 정도는 퀴즈 시간을 마련해 수업한 내용을 확인까지 하더군요^^ 수업 준비 과정과 첫 티칭데이를 지켜보면서 아이가 참 많이 자랐다는 생각도 들고, '특별히 부모의 개입이 없이도 자신이 좋아하는 내용은 얼마든지 재미있게 수업을 구성하고 준비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우리 집 첫 티칭데이는 생각보다 재밌고 유익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첫 수업을 마친 큰아이에게 수업이 정말 좋았다고, 특징을 비교해 가면서 알려주니 내용이 쏙쏙 들어왔다고, 다음 시간도 잘 부탁한다고 칭찬과 격려를 해주니 아이가 덧붙여 말합니다.
“그래, 민준이가 아주 소중한 경험을 해 본 것 같아. 수업에 참여하거나 온라인 강의를 듣기만 할 때는 마냥 쉬운 것 같지만, 막상 흐름을 파악해서 내용을 구성하고 누군가가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은 엄청 어렵고 책임감이 느껴지는 일이지. 그걸 아주 기쁘게 준비하고 잘 해낸 민준이가 엄마는 참 기특하고 대견해.”
그렇게 첫 티칭데이가 칭찬과 격려로 끝나자, 아이는 두 번째 티칭데이 준비를 더 열심히 하는 듯했습니다. 이번에는 수업 내용을 정리하더니, 가족들에게 수업시간에 필기도 열심히 하라고 강조하더군요.^^
두 번째 우리 집 티칭데이 주제는 부여, 삼한, 옥저 등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성장’이었습니다. 이번 수업 내용은 외울 것이 생각보다 많다면서 시작한 큰아이의 수업은 지난주보다 훨씬 구조화되기 시작했고, 학생들(가족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했습니다. 이제 2주차 수업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다음주 주말에도 우리 집 티칭데이는 계속될 예정입니다.
어쩌면 토요일 오전, 그냥 흘려보낼 수 있는 한 시간…. 그 40분을 위해 아이는 주중에 몇 시간 동안 수업 준비를 합니다. 물론 아주 기쁘고 설레어 하면서요^^ 나머지 가족들도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즐거움을 얻습니다. 가족이 함께하기 때문에 더 즐거운 시간이자, 아이들의 의사소통 능력과 구조화 역량도 키울 수 있는 우리 집 ‘티칭데이’. 이번 학기만큼은 계속 이어 나가볼까 합니다.^^